혼자 떠나는 느린 여행, 마음을 회복하는 시간

누군가는 쉼을 위해 여행을 떠나고, 누군가는 도망치듯 길을 나선다. 이유는 달라도, 여행이 우리 마음에 작용하는 방식은 비슷하다. 공간을 바꾸는 것은 결국 ‘마음의 틀’을 바꾸는 일과 닮아 있다.

최근 들어 ‘혼자 걷는 여행’, ‘자연 속 고요한 여행’이 주목받는 이유도 여기에 있다. 사람과 이야기하지 않아도 되는 시간, 핸드폰을 내려놓고 흙길을 밟는 시간, 나 자신에게 질문을 던질 수 있는 여유가 이 여행들에는 있다.

(이미지-픽사베이)

특히 일상에서 반복되던 정서적 스트레스, 사회적 관계의 피로, 자기 부정감에 빠져 있던 이들에게는 잠시 자리를 비우는 것만으로도 감정이 정리되는 경험이 찾아온다. 공간의 낯섦은 내 감정을 새롭게 바라보게 만들고, 시간의 느림은 감정을 되짚을 여유를 준다.

치유를 위한 여행은 특별한 코스를 요구하지 않는다. 오히려 화려한 경치보다 한적한 숲길, 복잡한 계획보다 하루 한 끼를 천천히 준비하는 시간이 더 깊은 위로가 된다. 그래서 여행은 때로 ‘정신과 진료실’보다 먼저 마음의 균형을 회복시켜주기도 한다.

사람은 결국 스스로를 돌아봐야만 회복할 수 있다. 혼자 떠나는 느린 여행이 중요한 이유는, 외롭기 위해서가 아니라 진짜 나를 만나는 시간이 되기 때문이다.